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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이슈, 스크랩] 은행연쇄파산, 금융위기로 이어지는가?

BS blog 2023. 4. 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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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니처뱅크 파산에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IB) 거물인 크레디스위스(CS)마저 매각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데자뷔처럼 가물거리고 있습니다. 미국·스위스 정부가 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도이체방크 등 후속 주자들이 거론되며 대형 위기의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과거 2008년과 현재의 은행발 위기는 같은 은행의 파산이라는 점 등 서로 닮은 점과 다른 점 또한 존재합니다. 

 

1. 은행 파산의 원인 - ‘은행의 탐욕’이 부른 위기


CS가 파산 직전 UBS에 인수된 것을 놓고 2008년 3월 베어스턴스 매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당시 대형 투자은행이던 베어스턴스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JP모건이 연방준비제도(Fed) 지원하에 소방수로 나서 베어스턴스를 흡수 합병했습니다. 위기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확산됐으나 그해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며 대혼란이 펼쳐졌습니다.

‘제2의 리먼’이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JP모건이 소방수로 나섰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이번에도 JP모건은 미국 11개 주요 은행과 함께 파산 위기설이 돈 퍼스트리퍼블릭(FRC)에 300억달러 예금을 예치하며 위기 진화에 나섰습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도 재등장했습니다.(과거에도 오마하의 현인으로 큰 위기에서 큰 역할을 하셨죠) 2008년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에 각각 50억달러를 투자해 구원투수 노릇을 했던 버핏 회장은 이번에도 미 정부 및 금융사 CEO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와 2008년 위기 모두 금융회사의 오판과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2001~2007년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액이 60% 넘게 급증하자 금융회사들은 소득과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닌자론)을 해줬습니다. 당장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변동 금리형 상품(ARMs)을 판매했습니다. 그 뒤 월가는 저신용·저소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을 정교한 MBS 상품으로 포장해 안전 자산인 양 사고팔았습니다. 금융회사들은 집값이 1990년대 후반 이후 10여 년간 특별한 조정 없이 급등세를 보이자 지나친 낙관론을 갖게 됐고, MBS가 위기의 진앙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07년 시티그룹의 척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은 일어나서 계속 춤을 춰야 한다”며 월가의 광기(狂氣)어린 투자를 옹호했습니다.

스위스 베른에 있는 크레디스위스 은행 지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는 모습. 글로벌 투자은행 거물인 크레디스위스는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UBS에 매각되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베른에 있는 크레디스위스 은행 지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거물인 크레디스위스는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UBS에 매각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에도 금융회사들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다 줄줄이 파산 위기를 맞았습니다. SVB는 자산의 55%를 MBS와 미 국채 등에 투자했다가 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과 가파른 금리 인상이 예상됐는데도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지 않고 버티다 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언제든 돈을 내줘야 하는 요구불예금 비율(66%)을 높게 유지한 것도 SVB의 재정 취약성을 높이는 요소였습니다. SVB·시그니처 외에 코메리카·자이온스 등의 미국 내 다른 중소형 은행도 요구불예금이 많고, 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연쇄 파산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른 점 - “2008년식 위기 확률 낮아”


많은 은행이 연쇄적으로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2008년식의 ‘금융 대공황’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아직까지 우세합니다.

다른 요소들도 있지만, 특히 은행들의 금융 건전성이나 유동성 여건도 2008년과 비교하면 훨씬 양호한 편입니다. 2008년 이후 금융 당국이 규제를 강화한 덕에 주요 금융회사들의 핵심자기자본비율(Tier1)은 2008년 7.4%에서 현재 14.9%로, 유동성 자산 비율은 6%에서 19%로 크게 높아진 상태입니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연구원은 “최근 시장 금리 급등에도 모기지 연체율은 3~4%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대출을 갚지 못해 압류당한 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향배에 따라 신용 위험과 뱅크런이 재현될 가능성은 존재하기에 어느 정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침체 신호에 불이 켜지면서 부채가 한순간에 시한폭탄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