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경제] 플랫폼의 시대

BS blog 2022. 11. 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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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플랫폼을 통해 가본 적 없는 음식점에 배달 주문을 하고 모르는 사람과 중고거래를 하며, 모르는 사람의 차에 타거나, 한번도 본 적 없는 멀리 사는 사람의 집에서 숙박을 하기도 하죠. 또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사실 여기엔 당연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모르는 사람의 차에 타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또 ‘모르는 사람의 집에 함부로 가지 마라’라는 이야기도요. 이건 그 모르는 사람이 여러분에게 무슨 일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한 것이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일은 따지고 보면 부모님이 위험하니 하지 마라 라고 한 일들에 해당합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려면 서로간의 상호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죠. 그런데 이 신뢰는 굉장히 어려운 영역입니다.



고대 사회로부터 같은 지역 출신, 같은 종교, 같은 피부색, 같은 국가 출신 등의 요소들로 우리와 다른 집단을 구분 지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신뢰 때문입니다. 같은 마을의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면 서로 믿을 만하지만 익숙한 지역을 벗어나면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발생하죠. 이 때문에 고대로부터 종교는 신뢰에 매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같은 윤리체계와 사상을 가지고 서로를 형제로 대우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신뢰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죠. 학연과 지연, 혈연 같은 것도 현대 사회에서는 여러 모로 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요소로 여겨지지만 과거의 저신뢰 사회에선 신뢰할 만한 상대방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에 해당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래는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 사이에서만 벌어졌고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람을 배척하는 건 당연했습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에게 해를 입힐지 아닐지를 알 수 없으니까요.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과 협력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큰 피해가 가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내리게 되어있죠. 역사가 발전하면서 모든 사회 구조와 경제는 서로간의 신뢰를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가 법정통화를 쓰고 있는 것도 돈이라는 매개체로 언제든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교환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는 덕분이죠. 그런데 플랫폼 비즈니스들이 사업을 추구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파편화된 개인을 연결하여 수익을 내고 있는 방식이고 그 연결 과정에서 개인은 서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래를 해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신뢰하고 이런 거래를 할 수 있는 걸까요?



중고거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중고거래는 과거 서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이뤄졌습니다. 아는 사람이 새 차를 바꾸는 상황에서 그 사람의 아직 쓸만한 차를 인수 받는다든가, 이번에 아기를 낳은 집에서 다른 지인의 집에서 쓰지 않는 아기용품을 받는 식이죠. 이는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상품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 방식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러한 거래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죠. 이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거래 방식은 그 범위가 조금 넓어집니다. 과거엔 신문들이 이런 역할을 했었죠. 해당 지역의 지역지에서는 벼룩시장이라는 코너를 통해 중고거래를 중개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더 나아가 중고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신문이 등장하기도 했고요. 이런 신문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 또한 기본적으로 지역에 귀속됩니다.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주로 거래를 했고요.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람이다보니 그러한 거래에서 신뢰가 생깁니다. 거래 잘못하면 동네에서 나쁜 소문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상호 신뢰의 핵심은 거래의 지속성입니다. 아까 죄수의 딜레마의 경우도 한 번만 시행하기에 그러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때는 상대방과 서로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상대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죠. 그리고 상대방 또한 그렇게 하리라는 믿음이 생기기에 서로 간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어떻게 서로 관계 없는 개인들에게서 이런 신뢰와 거래 지속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우선 이들이 활용한 것은 지인을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은 정보의 출처에 있어 자신의 지인과 같은 잘 아는 사람을 그 어떤 매개체보다 신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플랫폼들은 꾸준히 이용자들에게 그들의 지인도 이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유인합니다. 할인 쿠폰을 준다든가 포인트를 주는 등의 혜택으로요. 플랫폼이 자체 광고로 이용자들에게 쓰라고 권한다면 소비자들은 잘 쓰지 않습니다. 대신 내 친구가, 내가 아는 사람이 쓰고 있다고 하면 비교적 쉽게 입문하게 되죠. 이 때문에 플랫폼들은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를 포섭하도록 하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이를 통해 한번 플랫폼을 이용해보고 성공적으로 거래를 한다면 플랫폼을 신뢰하고 앞으로도 거래를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 플랫폼들이 활용한 것이 평점 시스템입니다. 플랫폼을 거래할 때 거래하는 양 당사자는 상대방이 어떠한지를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평점 시스템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평점은 수많은 다른 이용자들이 남기는 것이니까요. 이 평점은 거래 상대방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임과 동시에 이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플랫폼에서 거래를 이어왔는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신뢰구축의 핵심은 거래의 지속성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거래를 이어왔고 앞으로도 거래를 이어갈 의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평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상대방으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을만한 행동을 하고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어 있는거죠. 이 때문에 모든 플랫폼들이 평점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이것이 완벽한 신뢰를 뜻하진 않습니다. 많은 플랫폼에서도 부정적인 이슈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곤 하죠.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만 하더라도 다양한 범죄 뉴스들이 해외 언론상으로 나타나고 있는거고요. 여기엔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정 수준 이상 성장을 이룬 플랫폼이 문제가 있는 개인을 거래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로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행동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개인을 문제로 삼아도 플랫폼에는 문제를 삼지 않습니다. 즉, 개인에 대한 신뢰도와 별개로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도 별도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플랫폼이 신뢰할 수 없는 개인을 방치한다면 그만큼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플랫폼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는지를 유심히 살펴볼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가 바로 이 신뢰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